"아 오늘은 좀 힘드네?"
이 한마디로 명지산 등산에 대한 나의 후기가 충분히 예상되지 않는가?
아이들은 집에 도착해서
씻고 밥을 먹자마자
피곤하다며 곧장 자러 들어갔다.
와이프가 한 달 동안 일이 있어서
아이들만 데리고 등산을 가게 된 덕분에
호기롭게 높은 산을 선택해서 갔는데...
역시나 아직 1,000m가 넘는 산은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조금 힘들었다.
힘들었지만,
아이들의 빠른 잠자리와 조용한 일요일 저녁을 선물해 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고마운(?) 명지산을 소개한다.
명지산은
"등산력이 있는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는 괜찮고,
운동을 하지 않는 와이프를 데리고 가면 등싸대기를 맞기에 완벽한 산이다.
하지만, 100대 명산을 도전하는 가족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산..."
(어쨌든 도전하는 그대의 등은 보호해 줄 수가 없다. ㅋㅋㅋ)
평범하게 말하면
"등산로 옆에 있는 계곡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자연 속에 있다는 느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산이다."
초등학생이 느끼는 난이도 : ★ ★ ★ ★ ★
아내가 느낄 난이도(예상) : ★ ★ ★ ★ ★... ★ (모르겠음. 일단 혼날 거 같음.)
내가 느끼는 난이도 : ★ ★ ★ ★ ☆
강북에서 거리 : 약 80km - 일요일 오전 출발 1시간 30분 소요
등산 출발 : 명지산 군립 공원 주차장 (주차 무료)
▶ 명지산 군립 공원 주차장 위치◀
▶ 등산로 (편도 6.25km, 주차장 → 명지산 정상) 사진◀
날씨가 조금 서늘해서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공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주말인데도 주차장이 한가롭다.
주말에 일찍 가면, 주차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 같다.
외투를 입고, 등산을 시작해 본다.
안내판을 보며 아이들이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큰 산 이래!"라는 말을 한다.
'그래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이야... 너네 오늘 고생 좀 할 거야 훗...'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같이 고생할 줄 이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등산로 초입은 임도가 계속 이어져 있다.
'높은 산인데 이렇게 편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다 보면, 절 입구가 보이고,
크게 세워진 불상을 볼 수 있다.
임도는 흔들 다리가 있는 곳까지
계속 이어져 있다.
흔들 다리 밑에는 폭포가 있는데,
그 옆에도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는 계단을 만들고 있는지
공사용 장비들이 어수선히 놓여 있다.
명소 개발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임도나 다리 등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는 되나,
자연을 괴롭히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지만은 않았다.
흔들 다리에서의 경관이 크게 좋은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봄 & 가을이 오면 좀 볼만하려나...
흔들 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근데 너네 왜 옷이 매주 똑같냐?
엄마 아빠가 꼭 옷 안 사준 거 같잖아 ㅋㅋㅋ
올라 갈수록, 돌도 많고
경사도 심해 진다.
애들도 이때부터는 더운지 옷을 벗기 시작한다.
5km 정도를 가면 계단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계단들이 조금 오래되었는지, 관리가 안되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편안하게 올라가게 해 준다.
계단들을 열심히 올라가면,
조금씩 주변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어라, 역시나 눈이 하나도 안 녹았네ㅠ
이때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어느 정도 등산한 후
경사가 심한 계단을 보면 항상 정상이 가깝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항상"정상에 거의 다 왔나 보다."라는 말을 한다.
경험적으로 항상 그래 왔나 보다.
'아니야. 아빠는 시계로 거리를 보고 있는데... 멀었어 ㅋㅋㅋ'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 거의 다 온 거 같네!" 라며 맞장구를 쳐준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열심히 올라온 아이들이 본 표지판에서는
아직 0.5km가 남아 있다고 알려준다.
올해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땅이 많이 약해 있나 보다.
나무들이 다들 쓰러져 있고, 길도 엉망이다.
날씨가 지금보다 많이 따뜻해지면,
정리하시는 분들이 고생 좀 하실 것 같다.
덕분에 나는 더욱 예민해진다.
열심히 오르다 보니, 정상에 올랐다.
힘들어 보이던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1,267m라는 높은 산을 오르는데도
크게 징징 거리지도 않고 올라오는 것도 기특하긴 했지만,
정상을 보고 미소 짓는 모습도 보기가 좋았다.
어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 때문에 오르는 것일 수 있겠지만,
이런 미소를 지어 줄 수 있다면 대대만족이다.
명지산 정상에서 맞는 바람은 아직 겨울이다.
녹지 않은 눈도 아직 많았고,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등산이었다.
질퍽 거리는 땅도 많고 경사도 심해서, 아이들에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꿋꿋이 정상을 향해 걸어 나갔다.
집에서 보면 마냥 철부지 같은 아이들이 조금씩 커간다.
조금은 아쉬우면서도 올곧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특한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나의 인생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 뿌듯하다.
아이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주말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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