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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한 사람의 불편함일까, 한국 관광의 구조적인 문제일까?

by HeyJay1022 2026.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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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에서 만난 싱가포르 여행자와의 대화는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한국의 산은 좋다.

가보고 싶은 곳도 많다.

그런데 서울 밖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결국 비싼 패키지여행을 선택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여행 중 우연히 들은 한 사람의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가 계속 궁금했다.

 

정말 한 사람만의 불편함일까?

 

아니면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한국 여행의 방식 안에 조금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걸까?

그때부터 시간을 날 때마다 조금씩 한국 관광 데이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이 문제만 볼 수는 없었다.

퇴근 후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주말에 다시 숫자를 정리해보기도 했다.

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느낀 의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82%가 서울을 방문하고 있었다

자료를 보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숫자는 82%였다.

2024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서울 방문 비율이었다.

일본의 경우 도쿄 방문 비율이 약 52%, 태국은 방콕이 약 46% 수준이었다.

한국은 유독 서울에 관광객이 강하게 몰려 있었다.

물론 이 숫자 하나만 가지고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서울은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다.

K-Pop도 있고,

음식도 있고,

쇼핑도 있고,

외국인이 여행하기에도 굉장히 편리하다.

오히려 서울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숫자들을 같이 놓고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 여행은 왜 더 빨리 끝날까?

당시 자료에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평균 체류기간은 약 6.7일이었다.

일본은 약 10.2일이었다.

3일 이상 차이가 났다.

관광수입도 차이가 컸다.

한국이 약 167억 달러, 일본은 약 533억 달러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본 관광시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계속 보다 보니 다른 질문이 생겼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서울에서 며칠을 보낸 다음,

그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부산이나 제주처럼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계절마다 찾아가는 수많은 산과 바다, 작은 도시들은 어떨까?

외국인 여행자가 그런 장소를 찾아냈다고 해도 실제로 쉽게 갈 수 있을까?

후지산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좋은 곳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도 가기가 어려운 것은 아닐까?


관광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여행 자원이 있다.

국립공원이 있고,

산이 있고,

동해안이 있고,

겨울에는 스키장이 있고,

전국을 연결하는 자전거길도 있다.

내가 자전거를 좋아하다 보니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전국의 자전거 인프라였다.

이후 자료를 정리하면서 확인한 주요 자전거길의 길이는 약 1,757km에 달했다.

 

외국인에게 보여줄 것이 부족하다고 보기에는 이미 가진 것이 너무 많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서울 안에서는 지하철을 타면 된다.

관광지를 검색하면 영어 정보도 많다.

숙박이나 식당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목적지가 산이나 작은 지방 도시처럼 바뀌는 순간 여행 난이도가 갑자기 높아진다.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과정들이 외국인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었다.


서울에서 목적지까지의 ‘중간’이 비어 있었다

서울에서 지방 도시까지 가는 교통수단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KTX도 있고,

고속버스도 있고,

시외버스도 있다.

그런데 아웃도어 여행의 목적지는 대개 역이나 버스터미널이 아니다.

산 입구일 수도 있고,

자전거길의 시작점일 수도 있고,

작은 마을이나 계곡일 수도 있다.

결국 마지막에 또 이동해야 한다.

여기에 자전거나 스키처럼 큰 장비까지 가지고 있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그때부터 나는 이 문제를 단순히

‘한국 지방 관광 정보가 부족하다’

라고 보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한다고 해서 정말 여행자가 지방으로 갈 수 있을까?

좋은 관광지를 열심히 소개한다고 해결될까?

이미 여행자는 Instagram이나 YouTube를 통해 멋진 장소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문제는 여행지를 발견하는 단계 이후에 있는지도 몰랐다.

발견한 장소까지 실제로 움직이는 과정.

그 부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해 보이기 시작했다.


숫자가 후지산에서의 대화를 다시 보게 했다

82%라는 서울 방문 집중도.

6.7일이라는 체류기간.

그리고 일본과의 관광수입 차이.

물론 이런 숫자만으로 모든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

나는 그 숫자들이 모두 ‘교통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후지산에서 만난 여행자의 이야기를 더 이상 한 사람의 특수한 경험이라고만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한국은 외국인을 불러오는 데는 꽤 성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서울에서 그다음 장소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중에서도 특히 아웃도어 여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산, 자전거, 스키 같은 여행은 일반적인 관광보다 이동의 문제가 훨씬 직접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람만 움직이면 되는 여행과,

사람과 장비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여행은 달랐다.

 

그때부터 질문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왜 외국인들이 서울 밖으로 잘 나가지 않을까?”에서

“왜 외국인이 한국에서 Outdoor Travel을 하려고 하면 이동이 갑자기 어려워질까?”로.

다음에는 내가 왜 수많은 여행 분야 가운데 Outdoor Travel에 집중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한국이 이미 가지고 있는 좋은 자연과 여행 인프라 사이에서 어떤 빈틈을 발견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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